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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다.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수많은 생명체가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해왔다. 누구나 알고 있는 공룡들처럼. 결국 모든 것은 태어나고 죽는다. 하나의 생명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란 종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멸종의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공룡의 멸망에는 소행성의 충돌이 유력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영화 <아마겟돈>처럼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친다면 그 위력은 핵폭탄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자연재해가 아니라면 인간의 핵전쟁? 냉전이 사라졌어도, 여전히 핵전쟁의 위험은 남아 있다. 그럼 혹시 바이러스는?

일본의 신주쿠에서 한 남자가 온 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는다. 검시를 하던 오노데라와 세키구치는 남자의 사인이 바이러스성 감염증이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그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어디에서 감염된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세키구치와 오노데라는 남자가 죽을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 몸에 이상이 없는지 물어본다. 그 결과 남자의 피를 몸에 맞은 사람들은 모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다.

연구소에서 검사한 결과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신종 바이러스, 즉 이머징 바이러스로 판명된다. 그것은 아무런 치료약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액 감염만이 아니라 공기 감염의 가능성도 있다고 알려지면서 도쿄는 패닉상태가 된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공기감염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환자들을 격리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발병한 경우에도 격리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염되었지만 아직 발병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대한 아무런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혼란은 점점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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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정도로 문명이 파괴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상으로 보면 질병에 의해 멸망한 문명은 수없이 많다. 1347년에 유럽을 휩쓴 페스트는 당시 인구의 1/4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중세 몰락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 아즈텍 문명은 스페인인과 함께 들어온 천연두가 멸망의 한 원인이 되었다. 또한 바이러스는 인류보다도 더욱 오랫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생명체다. 수많은 생물들이 지구상에 출현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바이러스는 지켜보고 있었다. 자체로 생존할 수 없는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에 기생하면서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가면서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

요즘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은, 생물 병기로서 쓰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이다. 영화 <아웃브레이크> 등에서 경고하듯 에볼라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포되기 시작하면 감염자는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머징>에서는 우연히 항체가 발견되면서 사태가 마무리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빨리 혈청을 만들어 해결이 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참 기묘한 일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발전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없었던 질병은 자꾸만 생겨난다. 아직도 광우병의 메카니즘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에볼라나 사스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없었던 병들이 어째서 자꾸만 생겨나는 것일까? 에이즈가 원숭이에서, 사스가 조류에서, 광우병이 소에게서 시작된 것처럼 동물에게 존재했던 병이 인간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인간이 초래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난 공해나 유전물질 조작 등으로 초래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어떤 나라의 실험실에서 생물병기로 쓰기 위해 은밀하게 개발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했지만, 바이러스 역시 끊임없이 변형되면서 진화해간다. 혹시 바이러스의 위협이 정말 치명적으로 도래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면 에릭 나타프의 소설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을 권한다. ‘인류로 인해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는 바이러스가 태고 적부터 이어온 인간과의 공생 관계를 끝내고 종(鍾)들의 전쟁에 돌입한다면’이란 가정에서 출발한 <아담, 바이러스의 자서전>은 바이러스의 놀라운 생명력과 진화의 힘을 보여주는 탁월한 팩션이다. 인간은 각종 항생제와 백신을 개발하여 바이러스를 정복하고, 인간의 과학으로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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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러스는 인간 못지않은 ‘지능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들이 단순한 기생체로 머무르지 않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아담, 바이러스 자서전>의 놀라운 상상력이다. 인간의 내부에 잠입한 바이러스가 인간을 완전한 숙주로 만들어버리고, 인간은 바이러스의 의지에 의해 조종하는 껍데기뿐인 육체가 되어버린다면? <이머징>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인간을 공포에 빠트리는 상황을 보여주지만, <아담, 바이러스 자서전>은 인간의 미래가 바이러스에 의해 완벽하게 뒤틀리는 미래를 예견한다.

<이머징>이 당장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면, <아담, 바이러스 자서전>은 아직 상상력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더욱 끌리는 것은 <아담, 바이러스 자서전>이다. <이머징>은 단지 ‘위험성’만을 보여주고 적당히 끝내버리지만, <아담, 바이러스 자서전>은 인간과 바이러스가 대체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월한 생명체, 라는 상식을 여지없이 박살내버린다.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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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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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용희 2007/06/09 16:51

    더 갈 수 있었던 이야기를 2권으로 급하게 끝낸 아쉬운 작품이라는.......

    • makeneko 2007/06/10 22:09

      저도 참 아쉬웠습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얼마든지 갈 수도 있었는데. 아마도 별로 인기가 없었던 탓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