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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휴게소 화장실에 들른 한 여성. 볼일을 보려고 변기에 앉아 있으니 문 아래로 남자의 신발이 보인다. 소리를 지른다고 경고를 하지만, 밖의 남자는 막무가내로 문틈으로 훔쳐보며 위협을 하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잔뜩 겁을 먹은 여성이 볼일을 다 보고 화장실 밖으로 나온 순간, 그녀는 둔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그 후 텍사스를 떠나 LA로 향하던 연인 니콜과 제시가 문제의 휴게소에 들린다. 니콜이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는 사이 제시는 자동차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니콜은 꼼짝없이 혼자 휴게소에 남는다. 밤이 되자 정체를 알 수 없는(영화의 끝까지 정체불명이다) 연쇄살인마가 그녀를 서서히 위협하기 시작한다.

<휴게소>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영화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극을 그리고 있다. 휴게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장실 공간을 활용한 극적 구성과 긴장감은 제법이다. 거의 1인극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포에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니콜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묘사하는 과정도 괜찮다. 하지만 중반부터 영화는 바퀴 빠진 수레 마냥 삐끗거린다. 단순한 난도질 영화로 시작을 했으면, 진행과 마무리도 한결 같아야 하는데 영화는 매우 엉뚱한 상황을 군데군데 집어넣는다. 애초 살인마와 니콜 두 명의 대치 상황으로 한 시간을 때우기가 벅찼던 모양이다.

난도질 영화로서 <휴게소>는 좋은 결과물이 될 수도 있었다. 잠깐 잠깐 보여주는 잔혹 장면들은 충분히 끔찍하다. 휴게소에 들린 사람들을 납치해 무차별적인 고문 행위를 하는 살인마의 행위는 그로테스크하다. 카터 칼로 몸뚱이를 난자하고 드릴로 다리를 꿰뚫고, 집게로 혓바닥을 끄집어내 자르기, 부서진 화장실 문 사이로 손가락을 물어뜯는 장면들은 저예산임에도 꽤 리얼한 효과다. 여기에 예측 불허의 인물인 살인마에게 납치를 당했다 가까스로 도망을 친 한 여성이 화장실 창고에 숨어 있는 설정도 좋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다. 단순 난도질 영화가 색다른 요소들을 집어넣으려다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선 꼴이다.

분명하게 말하건데 난도질과 심령물의 결합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더욱이 이 영화처럼 무리하게 초현실적 상황을 돌출시키는 것은 아주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볼만했던 영화가 중반부터 늘어지면서 전반부의 좋은 인상마저 깨트리고 있다. 특히 휴게소에 들린 멍청한 경찰관과 니콜의 에피소드는 무성의한 연출로 인해 졸음이 쏟아질 정도의 강력한 지루함을 동반한다. 휴게소에 있던 짜증나는 일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휴게소>는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행동, 억지에 가까운 사건 전개가 실소를 자아내지만, 초반 20분 정도는 꽤 인상적인 영화다. (2006년 10월 17일)

★★

Posted by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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