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져>를 연출한 팡 브라더스
아시아 감독들이여, 재능을 다시 보여달라
얼마 전 팡 브라더스의 공포 영화 <메신져>를 보고 나서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익히 소문은 들은 터라 별 기대는 안했다만, 예상 했던 그대로의 결과물이 나오니 밀려오는 허탈감이란. 정말 제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새삼 할리우드로 진출한 아시아 감독들이 떠올랐다. 과거 오우삼을 필두로, 서극, 임영동 등이 할리우드 진출을 했고 또 다시 공포 영화 전문 감독들이 우르르 할리우드의 러브 콜을 받고 떠났지만 그들이 그곳에서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할리우드 공포 영화들은 현재까지도 리메이크 열풍의 몸살을 앓고 있다. <쏘우> 시리즈처럼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가는 영화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과거 영화들을 새로 재활용하여 내놓는 것들이다. 이런 열기에 아시아 출신 감독들이 대거 영입이 되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루지> 시리즈의 시미즈 다카시, <링 2>의 나카타 히데오, 그리고 케이블 영화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즌 1의 미이케 다카시, 시즌 2의 츠루타 노리오, 그리고 오는 6월 6일 국내 개봉에 들어가는 <메신져> 역시 홍콩 출신의 팡 브라더스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아시아 공포 영화에 단단히 매료된 샘 레이미의 적극적 영입을 통해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팡 브라더스는, 영화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메신져>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톰 크루즈 제작으로 <디 아이> 리메이크를 앞두고 있어, 그들의 미래는 탄탄대로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시미즈 다카시 역시 샘 레이미에 의해 <주온> 리메이크인 <그루지>를 내놓으며 1억불이 넘는 경이적인 수익을 올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더욱이 시미즈 다카시는 일본인 최초로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감독이라는 영예도 함께 누리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보여준 재기 넘치는 실력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
<그루지> 촬영 현장에서 시미즈 다카시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백발마녀전>의 우인태 감독이 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처키의 신부>로 예사롭지 않은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 경우 흥행도 흥행이지만, 그보다 작품성으로 더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특히 <처키의 신부>는 팬들로부터 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을 만큼 쾌작이었고, 당시 미국인들이 꼽는 가장 좋아하는 공포 영화 시리즈로 꼽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현재 우인태 감독은 전지현을 주인공으로 한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의 프로듀서로 참여중이며, 틈틈이 홍콩으로 돌아가 <무인 곽원갑>과 같은 좋은 액션 영화들을 내놓으며 가장 성공적인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어 다소 예외적인 경우이긴 하다.
아시아 출신 공포 영화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재능과 능력을 인정받았으니, 자국에서보다 큰물에서 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아니겠는가. 게다가 공포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축적된 할리우드 기술력은 대단히 유혹적이다. 헌데 공포 영화는 기술력과 완벽하게 짜여져 있는 시스템 속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닌가 보다. 현재까지의 결과물이 이를 뒷받침한다. 냉정히 말하자면 미이케 다카시의 <임프린트>, 우인태 감독의 <처키의 신부>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아시아 감독들은 할리우드로 진출한 뒤 오히려 재능이 더 퇴보를 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나카타 히데오와 시미즈 다카시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나카타 히데오와 시미즈 다카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을 스타로 만들어준 <링>과 <주온>의 반복적인 연출로 망가져 가는 케이스다. 지독한 덫에 걸린 것처럼 도무지 빠져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리지널 자체가 후진 영화였던 <링 2>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되면서 더 질이 떨어졌고, 시미즈 다카시는 연거푸 <그루지>의 속편까지 직접 만들면서 흡사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오리지널을 포함, 총 6편의 필모그래피를 <주온>으로 채워 놓았다. 그는 <그루지>시리즈를 통해, 일본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공포나 비주얼을 보여주기 보다는 반복적인 이야기와 비슷한 연출로 일관한다. 그 결과 가야코의 그르르륵되는 소리와 토시오의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한숨이 나오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그루지>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무서운 영화 4> 중에서
이제 이들 시리즈에서 얻을 것은 공포가 아닌 짜증밖에 없다. 그 만큼 심각한 지경에 와 있고, <그루지 2>는 그런 문제점을 여실하게 보여준 최악의 공포영화였다. 더 무서운 것은 2008년 예정으로 <그루지 3>가 예정이 되었다는 점이다. 역시 시미즈 다카시가 메가폰을 잡았다. 대체 그는 무슨 생각으로 한 영화에 이렇게까지 매달리고 있는 것일까? 제 아무리 무한 반복으로 갈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건 도가 지나치다. 과거 비디오용 영화였던 <주온 1, 2>를 보고 충격을 받고 그에게 환호했던 때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한데, 현재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플 정도다. 나카타 히데오 역시 할리우드에서 만든 <링 2>가 악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20세기폭스사의 공포 영화 <인휴먼>을 감독하기로 결정 되었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지만, 솔직히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물론 이들 영화들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거둔 성적으로만 따진다면, 뭐라 뭐라 욕할 거리가 없다. 흥행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상업 영화의 룰을 적용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들을 진정으로 아끼는 팬들은 할리우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실망스러운 결과물에 실망하고 우려를 한다. 자국 내에서 재능 있는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공포 영화들은 어떤 개성도 색깔도, 공포에 관한한 비범한 능력도 엿볼 수 없는 범작과 졸작의 연속이다.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들 감독들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있으면 대충 찍어낸 느낌이 강하다. 마치 같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처럼 자기만의 개성이 없다.
특수효과, 분장의 퀄리티야 말할 것도 없이 탁월한 수준이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공포영화가 될 순 없다. 아시아 감독을 할리우드로 데려갔으면 그들의 끼와 재능을 끌어내야 되는 게 정석이 아닐까? 헌데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그들이 아닌 누가 만들어도 상관없는 무색무취의 영화들이다. 반면 자국에서 찍은 영화들의 경우 허접한 것들도 섞여 있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할리우드 공포 영화들이 개성 없는 대량 복제 생산품이라면, 자국에서 내놓은 영화들은 곳곳에 감독의 손때가 묻어있는 수제품의 느낌이 강하다. 못 만들어도 자국에서 만든 영화들이 더 낫다는 얘기다.
꽤 괜찮은 호러였던 팡 브라더스의 2002년 영화 <디 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시아 유명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은 그다지 환영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속에서도 분명 자기만의 비범한 능력을 과시할 감독이 탄생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나온 영화들을 가지고 따진다면 그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인다. 감독 스스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또는 기존에 해오던 환경과 전혀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면서 빚어지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부디 공포 영화에 탁월한 재능과 감각을 소유한 감독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갉아먹는 상황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공포 영화 가운데 소위 명작이라 칭하는 것들은 좋은 환경에서보다 감독의 불타는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카타 히데오의 <여우령>과 <링>은 일세를 풍미한 공포영화였고,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 비디오판 역시 적은 제작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걸작이었다. 부디 할리우드의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말고,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한번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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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딴지지만;;
팡 브라더스는 대만출신이 아니라....;;
그러니깐 설명이 복잡한데용
홍콩출신인데 원래는 태국출신 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암튼 글 잘 읽었습니다아--
아.. 지적하신게 맞습니다. ㅎㅎㅎ 대만 홍콩 태국 왠지 저는 똑같은 나라로만 생각이 될까나 -_-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_T
이상하게도 자국에서는 잘만든 호러감독들이 헐리우드에 가기만 하면 화려한 비주얼과 특수효과만 믿고 내용은 알맹이가 없는 빈 깡통같은 영화만 제작하는지..
오우삼도 초기에는 자기 비전대로 영화를 만들 수 없었지요. 아마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1, 2만 하더라도 성공한 원작의 틀에서 벗어나길 원하지 않았겠지요. 주온3가 없는 이상 그러지3는 시미즈 타카시가 나름 주도권을 쥐고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PS. 시미즈 다카시의 정신적인 스승이나 다름없는 구로사와 기요시는 헐리우드에 갈 생각이 없나 모르겠습니다. 회로도 리메이크 되었는데 말이죠.
^^;;

잘 읽었습니당
'더 무서운 것은' 이 부분에서 픽 웃음을......ㅠ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이 상황은...;
어제 <메신저> 보고왔는데...기억속에 남아있는 거라고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만이 맴맴 남아있더군여...
간간히 무서운 것 같기는 했는데 그저그런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열악한 환경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주온은 비됴판만 좋았고...디아이도 속편보다는 1편이 더 좋았는데....
아시아 호러 영화 작가들이 미국에서 연이은 실패를 거듭하는 건 문화권이 다른 헐리우드에서 굳이 동양적인 호러를 고집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 시미즈 다카시의 최근작 <그루지 2>에서 어색하게 가야코 흉내내는 백인 배우들의 모습은 정말 안습이었죠 .... 사다코나 가야코는 그만 좀 괴롭히고 우인태 감독처럼 과감하게 서구적 스타일을 도입하며 변신을 보여주는것도 나름대로 해결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
아니면 전기톱 들고 뛰어다니는 사다코 같은 퓨전 스타일도 나름 .....ㅡ.ㅡㅋ
우인태가 진짜 대단한 건 자기 고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자기식으로 받아들여서 잘 조율해내는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가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간 영화가 저예산의 호러물이었고, 죽어가던 시리즈였던 [사탄의 인형]이었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나 싶네요.
진짜 왜 잘나가던 감독들이 헐리웃만 가면 요상해지는지...
샘레이미하니깐 이블데드 생각나네요 깐느 수상이후로 박찬욱 감독에게 많은 시나리오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샘레이미였다고 하더군요 이블데드 리메이크 해달라구요... 물론 거절했지만요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헐리웃입니다..
참고로 우인태는 <제이슨 대 프레디> 감독이기도 하죠
( 프레디 대 제이슨^ ^